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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듣맛즐

1984 - 조지오웰

by 여다들 2023. 5. 15.
[1984]
저자 : 조지 오웰
출판 : 민음사
발매 : 1949.6.8

 

 

[2부]

 

"섹스를 하면 힘이 빠지고, 그 다음엔 행복감에 젖어서 무엇에게든 욕을 하거나 저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되는데, 그들은 그런 상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들은 사람들이 언제나 정력으로 똘똘 뭉쳐 있기를 원해요. 행진을 하고, 함성을 지르고, 깃발을 흔드는 것들은 모두 섹스의 변종일 뿐이에요. 행복감을 느끼면 뭣 하러 '빅 브라더'나 '삼 개년 계획'이나 '이 분간 증오'나 그 밖의 썩어빠진 그들의 의식에 그처럼 열을 올리겠어요?"

 (...) 강력한 본능의 힘을 충적하여 그것을 추진력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당이 당원들에게 요구하는 공포와 증오, 광적인 맹신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겠는가? 섹스와 충동은 당에게 위험하므로 당이 그것을 이용하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리라. -p.188-189

-> 섹스는 에너지의 발산이자 표출이다. 섹스와 쾌락이 가져오는 행복은 무시못할 것이구나. 인간은 고차원적인 존재인척 해도 단순하고 사소한 것들로도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이런 사소한 것들을 무시해선 안된다. 이래서 사소한 행복 즐거움을 자주 느끼는게 행복의 비결인걸까

 

 

그가 기억하기에 어머니는 비범하거나 지성적인 여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가치관을 갖고 살았기 때문이 그녀의 태도에는 고상하고 순결한 기품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감성 또한 그녀 나름대로의 독특한 것이어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녀는 쓸데없는 행동이라고 해서 반드시 무의미하다고는 보지 않았다. 또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를 끝까지 사랑했고, 아무것도 줄 것이 없더라도 사랑만은 줄 수 있다고 믿었다. -p.232

-> 이건 윈스턴의 어머니가 너무 아름다운 여인으로 묘사가돼서 인상깊었던 구절. 자기만의 가치관과 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시대를 막론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지. 또 사람을 믿을 줄도 알고, 진심을 다할줄도 알고, 사랑을 믿는 순수함까지 이 모든게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윈스턴에게 초콜릿을 몽땅 빼앗겼을 때, 어머니는 누이동생을 가슴에 꼭 껴안았다. 그래 보았자 아무런 소용도 없고,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하며, 없어진 초콜릿이 다시 생기는 것도, 어린 딸이나 자신의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줄 알면서 어머니는 그렇게 하는 걸 당연한 일로 여기는 것 같았다. 보트에 타고 있었던 그 피난민 부인도 총알을 막는 데 종이 한 장 만큼의 효과도 없음에도 어린 아들을 두 팔로 감쌌다.
(...)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인간관계였으며, 죽어가는 사람을 포옹하고 눈물을 흘리고 한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등의 무력한 행위에서도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 문득 노동자들은 아직 이런 상황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윈스턴의 뇌리를 스쳤다. 그들은 당이나 국가가 이념 따위에 충성을 바치지 않고 그들 자신에게 충실했다. 
그는 비로소 노동자들을 경멸하지 않게 되었다. 경멸하기는 커녕 그들이야말로 어느 날인가 생명을 되찾아서 세계를 재건할 수 있는 잠재된 힘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노동자들이야말로 인간이다. 그들의 내면은 경직되어 있지 않다. 그들은 윈스턴이 의식적인 노력으로 다시 배워야 할 원시적인 감정을 그대로 지닌 채 살고 있다. -p.233,234

-> 감정이란 쓸데없는,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되는게 21C 지금 현실과도 비슷하네. '의식적인 노력으로 다시 배워야 할 원시적인 감정' 부분에서 윈스턴이 나 같아서 하이라이트. 요즘 스스로가 감정을 잘 모느끼거나, 아니면 부정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자기 감정을 잘 느끼고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슬슬 일깨워보자. 노력하면 되겠지 뭐.

 

 

[3부]

 

그는 그 순간만큼 오브라이언을 깊이 사랑한 적이 없었다. 고통을 멈추게 해주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브라이언이 친구이든 적이든 본질적으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식의 옛정이 되살아났던 것이다. 오브라이언만이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인간은 사랑받기보다 이해받기를 더 바라는 것 같다. -p.352

-> 인간은 사랑받기보다 이해받기를 더 바라는 것 같다....... 인간이 원하는 건 사랑 < 이해 다. 무슨 뜻인지 알거 같기도 하고.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고 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일까 (여자는 모르겠고 그래서도 안됨... 자기 안위를 최우선으로 합시다)

윈스턴이랑 오브라이언이 성애적 관계는 아니지만, 쨌든 자신의 뜻(이념)을 알아주고, 대화가 통한다는게 인간에겐 얼마나 큰 의미인지. 어차피 혼자 태어난 이상 인간은 외로울 수 밖에 없는데, 이 세상에 나를 나보다 더 잘거나, 나의 생각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큰 위안이 되기 때문일까

 

 

"(...) 그럼 왜 우리가 권력에 집착하는지 말해 보게. 우리의 근본 동기는 뭔가? 우리는 왜 권력을 원하지? 자, 어서 말해보게."
(...) 그는 오브라이언이 무엇을 말하려하는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은 자체의 목적을 위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나약하고 비겁한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를 수호할 수도 없거니와 진리와 접할 줄도 모른다. 당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자체가 자기보다 강한 타인에 의해 통치되거나 체계적으로 기만을 당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유와 행복 중 어느 한편을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 행복을 더 선호한다. -p.366

-> 윈스턴(피통치자)이 생각하는 권력자가 권력을 추구하는 동기 또는 변명

인간은 자유와 행복 중 행복을 선호한다. 라....... 자유 vs 행복에서 자유<행복 인가?

지젝의 자유론을 생각해보면 그런거 같기도 하고... 절대적 자유에서 인간은 오히려 불행하고, 한정적 자유를 원한다고

근데 이건 누군가에겐 자유<행복 이지만 누군가에겐 자유>행복 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나는? 난 자유>행복 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젝의 자유론 이후로 나도 한정적인 자유를 원하는 것 같아ㅎ 해야하는 것과 하고싶은 것이 일치되었을 때 자유와 행복을 둘 다 얻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바보 같으니! 윈스턴, 자네는 그보다 더 잘 알고 있어!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가 하지. 바로 이런 걸세. 
당은 오직 그 자체의 이익을 위해서 권력을 추구하네. 우리는 타인의 행복 따위에는 관심도 없네. 오로지 권력에만 관심을 둘 뿐이지. 재산도, 사치도, 장수도, 행복도 아닐세. 오직 권력, 순수한 권력만 바랄 뿐이네. 순수한 권력이 뭐냐고? 자네도 그게 뭔지 이해하게 될 걸세. 우리는 우리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과두정치와 다르네. 우리와 다르든 비슷하든 과거의 사람들은 모두 겁쟁이이고 위선자일세. 독일의 나치와 소련의 공산당은 그 수법에서는 우리와 매우 흡사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에 대한 동기를 인정할 만한 용기가 없었네. 그들은 어절 수 없이 한시적으로만 권력을 장악하겠다고 약속하고는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낙원이 도래할 것이라고 꾸며댔지. (...) 우리는 그들과 다르네. 누구든 권력을 장악하면 그것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법이지. 권력은 수단이 아닐세. 목적 그 자체이네. 혁명을 보장하기 위해서 독재를 행사하는 게 아니라 독재를 하기 위해서 혁명을 일으키는 걸세. (...) " -p.368

-> 오브라이언(권력자)이 생각하는 권력자가 권력을 추구하는 동기이자 목적.

누구를 위해서? 그런 위선이 아니라 그냥 권력이 좋아서 권력을 잡고, 놓지 않겠다는 징그러울정도로 솔직한 발언

이래서 문학이 위대한걸까.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이런걸 뉴스에서 인터뷰로 봤다면 발언을 한 사람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겠지만, 이렇게 가상의 인물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개인이 아닌 '권력자'의 시선과 사상을 간접적으로 엿볼수가 있으니까.

 

 

" (...) 자네가 알아야 할 건 권력이란 집단적이란 사실일세. 개인은 오직 개인임을 포기할 때만 권력을 갖게되지. '자유는 예속' 이란 당의 슬로건을 알고 있지? 혹시 그것을 뒤집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예속은 자유라고 말일세. 혼자 있는 인간, 다시 말해 자유로운 인간은 언제나 패배하네. 모든 인간은 언제가는 죽게 마련이고, 죽음은 가장 커다란 패배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인간이 철저하고 완전하게 복정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버리고 스스로 당이 될 만큼 당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때는 불멸의 전능한 존재가 된다네. 두 번째로 자네가 알아야 할 건 권력이란 곧 인간 위에 군림한다는 점일세. 권력은 인간의 육체도 그렇지만, 특히 그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어야하네. 물질에 대한 권력, 자네 식으로 말하자면 외적인 실재에 대한 권력은 중요하지 않네. (...)" -p.370

 

 

"윈스턴,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자기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겠나?"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행사할 수 있을 겁니다."
"맞었네. 권력은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행사할 수가 있지. 복종으로는 충분하지 않네. 괴롭히지 않고, 어떻게 권력자의 의사에 복종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 권력은 고통과 모욕을 주는 가운데 존재하는 걸세. 그리고 권력은 인간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서 권력자가 원하는 새로운 형태로 다시 뜯어 맞추는 거라네. (...) 한마디로 말해 이 세상의 모든 쾌락은 파괴되어 버리는 거지. 그런데 이걸 잊지 말게, 윈스턴. 언제나 끊임없이 커가고 끊임없이 미묘해지는 권력에 대한 도취감만 맛보게 되리라는 점을 말일세. 언제나 어느 순간에나 승리감이 주는 전율과 무력한 적을 짓밟는 쾌감을 얻게 될 것이네. (...) -p.373,374

-> 권력은 인간의 마음을 찢어서 원하는 형태로 다시 맞추는 거라..... 너무나 멋진 표현!

일상의 사소한 쾌락을 느끼지 못하면, 권력에 대한 도취감만을 쫓게된다... 는 지금의 내가 아닐까 돌이켜보게 되는 문장.

나의 쾌락 리스트가 있나? 이번 주에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순간이 없던데.......

왜 나는 사소한 것들에서 쾌락을 느끼지 못할까?

원래 그랬나? 언제부터 그랬나?

스스로 그런 쾌락을 느끼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인가???

내 쾌락 리스트를 작성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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